자유공간

[스크랩] 머리 나쁜 골퍼

나의 공간 2010. 1. 4. 08:07

골프는 머리가 나빠야 잘 친다는 말이 있다.
뭔 말인가? 풀이를 하자면 라운드 중 실수한 샷은 기억하지 말고, 스윙 시에는 한가지만 염두에 둘 정도로 단순해야 한다는 말인 것 같다. 실수를 기억하고 있으면 그것이 머리에 각인되어 스윙 시마다 밀려드는 불안감으로 또 다른 실수가 반복적으로 나올 수 있으니 그런 실수를 금방 잊을 정도로 단순해야 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쓸데없이 여러가지를 동시에 생각하여 스윙의 일관성이 무너질 수 있으니 좋은 머리보다는 그저 한가지만 몰두할 수 밖에 없는 좀 둔한 머리의 골퍼가 공을 잘 칠 수 있다는 역설적인 논리다.

유명 프로 골퍼 탐 왓슨이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예선 탈락을 밥 먹듯이 하고 있을 때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샷을 할 때 백 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다”고 털어놓았다. 생각이 많아지면 몸은 어느 생각에 따라야 할지 모르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정작 목표점을 잊고 공은 제멋대로, 절이든 교회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만 향한다는 것이다. 너무 머리를 많이 써서 자청하는 불상사다.
반면에, 공만 보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거침없이 때려대는데 공은 핀으로 항상 향하는 골퍼도 있다. 유명 여성 프로골퍼 크리스티 커의 스윙이 바로 그런 전형이다. 특히 그녀의 퍼팅 스트록을 보고 있자면 너무 경솔하게 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침이 없다. 그런데 그녀의 퍼팅 순위는 기백명의 여성 골퍼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도 상위를 자리잡고 그 결과, 상금순위도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선수의 경우 타고난 둔한 머리 때문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훈련에 의한 것이지 모르지만 아무튼 골프를 단순하게 만들어 쓸데없는 사고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골프는 생각 없이 대충 치는 것이 적합한 방법인가?
골프를 정신적으로 언급한 서적들을 뒤져보면 적당한 각성(覺性, 정신이 깨어 있음)수준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즉 너무 긴장 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이완되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즉 머리를 써야 하는 이성적인 사고가 너무 개입되어서도 안되지만 아주 없어서도 안된다는 뜻인 것 같다.
 골프는 대다수의 다른 운동과는 달리 순간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운동이 아니다. 골프는 정지된 공을 가격하는 운동이니만큼 감각적인 순간 반응보다는 의식적으로 만드는 정형화된 동작을 의도적으로 수행하는 정적인 운동이다.
감각적인 운동신경을 사용하여 반응하는 다른 운동은 게임 도중에 다른 생각이 개입될 여지가 적지만, 골프는 샷을 할 때도 정지된 공을 바라보고 어떤 샷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하고 샷과 샷 사이에 존재하는 정적인 시간에는 드넓은 코스 끝자락에 감춰진 듯 보이는 홀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전력적 사고를 필요한 운동이다.
그렇다고 골프에서 속도가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마음을 정하고 스윙을 시작하면 아무리 길어야 1.5초 이내 엄청난 순간 속도를 만들어 클럽을 휘둘러야 한다. 그런 빠른 속도의 스윙에서는 역시 감각적인 운동신경이 적절히 작용해야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골프의 특성은 바로 이것이다. 정(靜)과 동(動)이 함께 공전하며, 감각적 운동신경을 작동시키는 감성과 치밀한 판단에 필요한 이성이 공존하는 게임이다.

그럼 골프에서 감성적인 상태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골프에서 가장 빠른 육체적 동작, 즉 스윙을 행하는 순간이다. 스윙에 필요한 근육이나 자세를 세세히 계산하고 관리하는 이성적 사고를 접고 그저 공을 목표지점으로 날려 보내는데 필요한 감성적 기능을 최대한 작동시키는 상태를 말한다. 스윙 중에서도 이런 감성적 감각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풀 스윙이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최대의 힘으로 휘두르는 순간이니 상대적으로 이성적 사고의 역할이 적다.
그러나 숏 게임의 경우, 30야드나 50야드를 보낼 때 스윙의 크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고 그에 맞춰 의도적인 동작을 해야 하니 다른 사고가 개입될 여지가 다른 샷보다 많다. 사고의 개입이 많을수록 스윙에 필요한 근육의 작용을 방해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골프 클럽이 14개나 있는 것이다. 긴 클럽 하나로 스윙의 크기를 조절하며 게임을 해도 되지만 그런 의도적인 스윙이 만만치 않으니 가능한 가장 감성적인 동작인 풀 스윙으로 게임을 진행하도록 각기 다른 클럽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점점 게임이 치열해지며 앞으로 전개될 게임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이 높아지고 잘해야 한다는 이성적인 압박(긴장감)이 커지면서 스윙이 엉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짧은 스윙의 순간에 잡다한 신호를 뇌에 전달하게 되면 뇌에서 근육으로 전달하는 경로를 혼란케 만들어 스윙을 망치게 한다는 얘기다. 즉 스윙 시에는 가능한 사고의 개입을 막는 것이 스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우리는 흔히 샷에 집중하라는 얘기를 한다. 어떻게 어디를 집중하라는 말인가? 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 집중인가? 이때 말하는 집중이란 바로 감성을 살리라는 말이 아닐까 쉽다. 잡다한 오만 가지 생각 다 지우고 목표점만을 염두에 두고 그 동안 연습에서 익힌 스윙을 믿고 그저 감성적으로 클럽을 던지라는 말이다.
흔히 집중을 하라고 하면 긴장감을 높이라는 말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긴장감을 높이면 각성 수준이 높아져 근육이 긴장되어 샷이 더욱 꼬이게 만든다. 즉 거꾸로 샷을 방해하는 수행을 하는 셈이다. 집중을 하라는 말은 테니스 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듯이 충분히 감성적, 감각적인 상태를 유지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코스 공략은 충분히 이성적이어야 한다. 코스 공략에 감성이 개입되면 숲 속에서 바늘 구멍 같은 틈으로 공을 보내고자 하는 무모함을 보이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럴 경우 목표점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샷에 대한 불안감으로 각성 수준이 높아져 샷이 더욱 꼬이게 된다. 그래서 거의 100% 실패한 샷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성적인 코스 공략이란 그런 경우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우선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나간 후 연습장에서 치듯이 평탄한 페어웨이에서 다음샷으로 핀을 공략하는 게 성공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골프 스윙은 감성적(감각적)이어야 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골프가 요구하는 맨탈 상태다. 그래서 골프 라운딩 내내 골퍼들은 감성과 이성을 교차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마치 요들 송을 부를 때 진성과 가성이 교차하면서 조화를 이룬 하모니를 만들어 내듯이 감성과 이성이 균형적 조화를 이루어야만 원하는 골프 게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맨탈 관리란 바로 이성과 감성의 교차를 효율적으로 시기적절하게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골퍼는 순간마다 전혀 머리를 사용하지 않는 근육 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성적 사고가 차고 넘치는 신중한 천재가 되기도 하는, 심성적 카멜레온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암튼 참 복잡한 운동임이 분명하다. 

출처 : 골프지기
글쓴이 : 캐빈(카페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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